
가끔 영화나 광고를 보다 보면 "색감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기서 "색감"이란 무엇일까요? 영상이 가진 "분위기" 일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색감보다 이미지의 구조가 먼저 보이게 되었습니다.
처음 화면을 보면 "밝기"와 "명암"을 먼저 봅니다.
정확히는 밝기 자체보다, 어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를 봅니다.
사람의 시선은 생각보다 솔직합니다.
컬러리스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가장 밝은 곳을 먼저 바라보고, 대비가 강한 부분에 시선이 오래 머뭅니다.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인데 시선이 배경으로 넘어간다면, 색보다는 먼저 "이유"부터 찾아야 합니다.
채도가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하이라이트가 과하거나 블랙이 살짝 떠 있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밝기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웨이브폼(Waveform)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최종적으로는 모니터를 보고 컬러리스트가 직접 판단하게 됩니다.
같은 수치여도 장면마다 받아들이는 인상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D.I를 하다 보면 정량적인 데이터를 믿으면서도, 결국은 눈으로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Dolby Vision / HDR10+ 같은 HDR 작업을 할 때도 비슷합니다.
요즘 디스플레이가 표현할 수 있는 밝기가 1000~4000nit까지 넓어졌다고 해서 항상 더 밝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이라이트를 조금 누르거나 정리하는 편이 전체적으로 더 보기 좋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디스플레이 데모 영상이나 기술 시연용 영상들은 최대한의 밝기를 모두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면을 보면 색보다는 먼저 "시선의 흐름"을 보게 됩니다.
인물이 먼저 보이는지,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컷이 바뀌었을 때 화면의 무게가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지.
D.I는 색을 만드는 작업이라기보다, 관객이 화면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를 계속 고민하는 작업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컬러리스트는 무슨 색을 먼저 보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색보다 먼저, 관객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지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Colorist Kim -